#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초 인도 의약품 기업인 메이든이 제조한 감기약 시럽에 대해 주의보를 내리고 유통 금지를 요구했다. 아프리카 국가인 감비아에서 해당 시럽을 복용한 영유아 66명이 급성 신장질환으로 사망하면서다. 시럽에선 에틸렌 글리콜 등 독성물질이 다량 검출됐다.
인도가 글로벌 의약품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 같은 사고와 품질 시비 때문에 인도산 의약품을 향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인도의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공급 비중은 20%로, 연간 생산량 기준 세계 3위다. 미국과 영국에선 유통되는 복제약의 각각 40%와 25% 이상이 인도산이다. 복제약은 특허권이 만료된 의약품의 공개된 기술을 이용해 주성분과 효능ㆍ효과 등을 똑같이 만든 의약품으로, 감기약, 소화제, 편두통약, 고지혈증약 등이 대표적이다.
인도 의약품, 안전 검증 절차 미흡
인건비와 임대료가 낮은 인도의 의약품 생산 원가는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낮다. 이에 3,000개가 넘는 글로벌 의약품 기업들이 인도에 약 1만 개의 제약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인도 정부는 의약품 관련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자동 승인 형태로 개방하는 등 의약품 허브 국가가 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최근 “인도가 전 세계의 약국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인도산 복제약품이 정부 예산·인력 부족 등 탓에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7년에서 2020년까지 인도 28개 주(州) 가운데 3개 주에서 생산된 의약품을 무작위로 수거해 분석한 결과 최소 7,500개 제품이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독성 물질에 오염된 사례, 환자의 몸 안에서 제대로 녹지 않는 사례 등이 나왔다.
인도 의약산업을 다룬 책 ‘약의 진실(The Truth Pill)’을 쓴 타쿠르는 “부적합하게 생산된 인도산 알약과 주사약 때문에 전 세계 환자들이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심각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도 최대 의약품 기업인 란박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소당해 2013년 5억 달러(약 7,180억 원)의 벌금을 물었다.
인도 기업들, 의도적으로 'GMP' 무시하기도
더 심각한 건 인도 의약품 기업들이 국제 의약품 제조ㆍ관리 기준인 ‘GMP’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GMP엔 원료 구입부터 제조, 출하 등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필요한 관리 기준이 규정돼 있다. FDA가 1963년 만든 후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적용을 의무화했다.
BBC는 “인도 의약품 기업들은 수출 전에 원료나 최종 제품의 품질 테스트를 일부러 건너뛴다”며 “인도 정부는 의약품에 문제가 발견되면 전량 리콜(회수)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한 번도 시행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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