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27, 2023

그 많던 '시럽급여' 누가 먹었냐고? 정부는 공부부터 하시라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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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신청 창구.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신청 창구. 연합뉴스
[왜냐면] 이유주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최근 정부와 여당은 “여성·청년 실업자가 실업급여를 받아 해외여행이나 명품 쇼핑을 한다”고 비난하며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려고 시도하고 있다.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도 했다. 아마도 정부 입장에서는 최근 실업급여 지급액이 늘었고, 이걸 줄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급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기에 앞서, 왜 지급액이 늘어났는지부터 조사하는 게 순서 아닌가? 현재 실업급여는 해고나 계약 만료로 인한 퇴사 등 비자발적인 실업으로 수급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실업급여를 지급하기 전에 이를 철저하게 조사하기 때문에 실업급여의 달콤한 혜택이 노동자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킨다는 주장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일을 그만둔다고 해서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늘어난 이유는 계약직 일자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당장 아르바이트 구직 앱부터 들어가 보라. ‘단기/실업급여 가능’이라고 쓰인 수많은 채용 공고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를 1년 이상 고용하면 퇴직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업은 이를 피하기 위해 11개월 이하 단위로 임시·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면서 퇴직금 대신 실업급여를 보상인 양 내세우는 것이다. 정작 ‘시럽급여’의 달콤한 혜택을 누리는 쪽은 노동자가 아닌 기업인 셈이다. 구직 앱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실업급여 수급 혜택을 앞세우며 2, 3개월 단위의 단기 근로자를 뽑는 채용 공고들이다. 이 정도의 단기 근로자를 모집하는 곳은 대개 콜센터인데, 콜센터의 업무 자체는 상시 근로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언뜻 생각하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단기 근로자를 구하는 것은 고객의 욕설이나 하대, 콜 수에 대한 압박 등 콜센터의 근로 환경이 너무 열악해 근로자 대부분이 그 기간 이상을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업무 스트레스가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과 질환으로까지 이어지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산업재해의 보장 범위가 넓지 않아 정신과 질환들은 대개 보장받지 못한다. 국가와 기업은 이들에게 해줬어야 할 정당한 보상을, 그보다 훨씬 적은 액수의 실업급여로 ‘퉁치자’고 제안해 놓고 이제는 그조차 너무 많다며 이들을 비난한다. 실업급여의 국가 부담이 늘어나게 된 이유는 노동자들이 달콤한 혜택을 즐기기 때문이 아니라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났기 때문이고, 이에 대해 정부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 참석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여성과 젊은 청년들이 퇴직 처리가 되기도 전에 웃으면서 방문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실업급여는 나중에 받을 퇴직금과 국민연금을 미리 당겨서 받는 측면이 크다. 기업은 부담스러운 퇴직금을 회피하기 위해 단기 근로자를 돌려 사용하면서 실업급여라는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다. 청년들이 임시·파견직 일자리를 전전하다 보면 급여가 상승하지 못하기에 나중에 수령할 국민연금 액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 수십 년 뒤 이들이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할 수 없을 때 퇴직금조차 없다면 생활은 무슨 돈으로 할지, 국민연금도 제대로 못 받으면 노후 생활은 무슨 돈으로 할지, 국가는 그것부터 고민하는 게 순서 아닐까? 실업급여를 수급하러 온 청년들의 해맑은 모습은 국가가 비난할 게 아니라 마음 아파해야 할 일이다. 기업은 저임금에 노동력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 실업급여 혜택을 내세우며 청년들을 모집해서 몇 달 안에 지쳐 나가떨어질 만큼 일을 시키고, 몇 달 뒤 내쫓는다. 그러면 청년들은 실업급여를 받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른다. 이 정도로 일자리 환경이 악화하는 동안 당정은 무엇을 했는가? ‘시럽급여’의 진실은 그런 혜택을 주지 않으면 근로자를 구할 수 없을 만큼 일자리의 질이 열악하다는 것이고, 국가가 국민을 적절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들을 비난할 시간에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 많은 일자리가 불안정해지면서 정규직 일자리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사회보장 틀로는 이들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더 많은 노동자를 포괄할 새로운 사회보장의 틀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 4차 산업혁명으로 사라진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는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이 과정에서 사라진 일자리에 종사하던 노동자의 전직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 정부는 그것부터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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