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려고 연 여당 공청회가 일파만파를 낳고 있다. 지난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시럽급여’라고 비유했고, 정부 측 참석자는 “(실업급여로) 여자들은 해외여행 가고 샤넬 선글라스를 사며 즐긴다”고 말해 각계 반발을 부른 것이다.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많아 노동 의욕이 꺾인다는 인식인데, 도무지 맞는 말이 하나도 없다.
당정이 주장하는 ‘실업급여 역전 현상’은 근거부터 문제 있다. 실업급여는 평균임금의 60%를 주고 최저임금의 80%를 하한액으로 둔다. 전체 수급자 10명 중 7명이 이런 하한액 기준을 적용받는다. 고용노동부는 실업급여가 세후 최저임금보다 높은 인구가 전체 수급자 162만명의 약 30%인 45만명이라고 계산한다. 저소득 노동자 다수가 근로소득세 등을 환급받는 점을 감안하지 않아 부풀려진 숫자다. 그런데도 당정은 “최저임금이 179만원인데 실업급여는 184만원”이라며 실업급여 하한액을 없애고, 실직 전 받던 임금의 60%만 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벼랑 끝에 내몰린 저임금·청년층 노동자의 구직활동 발판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실업급여를 노동자들이 낭비한다는 정부 시각도 잘못됐다. 한국의 실업급여 부정수급자 비율은 코로나19 이전 1%대로 여타 선진국보다 매우 낮다. 지난해 노동부가 적발한 부정수급 주요 사례도 브로커가 가짜회사를 세우거나 사업주가 공모한 형태였지 대부분은 노동자 탓이 아니다. 10조원대 고용기금이 퍼주기로 고갈됐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원래 고용기금은 경기를 많이 탄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실업자 증가로 지출이 늘었지만 보험료율을 높여 올해 흑자 전환하고, 2026년에는 원래 규모를 회복할 것으로 노동부는 전망한 바 있다.
실업급여는 노동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다져온 사회보험이다. 인공지능과 4차산업 전환시대에 빚어질 일자리 충격에 대응하려면 최저생계 보장 기능을 튼튼히 해 노동자들이 재취업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토대로 기능해야 한다. 그런데 당정은 뾰족한 일자리 대책은 내놓지 않고 저소득 노동자들이 복지에 중독돼 게으르다며 생계를 빼앗을 궁리부터 하고 있다. 취업 중에 낸 보험료를 실직 후 받는 것인데도, 정부가 시혜를 베푸는 양 실업자의 자존심을 긁은 것이다. 부정수급이 문제라면 그들만 엄벌하면 될 일이지, 그걸 침소봉대해서 실업급여를 깎자고 덤빌 일이 아니다. 지난해 ‘주 69시간제’로 윤석열 정부가 맞은 역풍과 작금의 ‘시럽급여’ 역풍이 닮아가고 있다.
からの記事と詳細 ( [사설] 실업급여 덜 주려고 ‘시럽급여’ 조롱한 여당 사과하라 - 경향신문 )
https://ift.tt/D9lca3y
0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