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7, 2024

달디단 '시럽급여'일까? 반복 혹은 부정 수급 부르는 현실은 어쩌나 [스프] - SBS 뉴스

makanresto.blogspot.com 박수진 뉴스쉽
# A 씨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세 번의 실업급여를 받았다. 첫 번째 실업급여는 2019년에 6개월 동안 매달 110만 원씩, 두 번째는 2021년에 두 달 동안 매달 150여만 원, 세 번째는 올해 초부터 석 달간 150만 원씩이었다.
# B 씨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에 걸쳐 세 번의 실업급여를 받았다. 첫 번째 실업급여는 2019년 말부터 6개월간 170만 원씩 받았다. 두 번째는 2021년 1월부터 5월까지, 세 번째는 2022년 1월부터 5월까지 두 번 다 매달 140여만 원씩 받았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 등이 비자발적인 사유로 인해 실업하게 될 경우 생활 안정과 재취업을 위한 구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하는 돈이다. 근로자의 경우는 실직 전 18개월간 180일 이상 근무하면 자신이 받았던 급여를 기준으로 산정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수급 기간은 120일에서 최대 27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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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와 B 씨도 이런 지급 기준에 근거해 실업급여를 받았다. A 씨가 실업급여로 받은 돈은 4년간 총 1,400여만 원, B 씨는 2년간 총 2,460여만 원이다. 고용노동부는 5년간 실업급여를 2회 이상 반복 수급하는 경우 수급 횟수를 기준으로 지급액을 최대 50% 감액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 했다. 지난 2021년에도 5년 동안 3회 이상 실업급여 수급 시 수급액 50%를 삭감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노동계 등의 반대 속에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고 22대 국회 출범에 맞춰 조금 더 강화된 내용의 개정안이 다시 제출된 것.

이 개정안 내용을 근거로 하면 A 씨와 B 씨도 지급액 삭감이 필요한 반복 수급자다. 실업급여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된다. 고용보험기금은 노사가 함께 마련하는 돈이다. 당신이 근로자라면 매달 고용보험기금에 월급의 일부를 낸다. '나는 한 번도 실업급여를 받은 적이 없는데 누구는 여러 번 반복해서 받는다?' 이런 생각을 하면 A 씨와 B 씨 같은 반복 수급자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자, 여기서 A 씨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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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씨는 2013년 대학 졸업 후 2017년 첫 직장을 구했다. 2년 계약직이었다. 그전까진 아버지 일을 잠깐 도왔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첫 직장 2년 계약이 만료된 후 2019년부터 6개월 동안 매달 110만 원씩 실업급여를 받았다. 재취업을 위한 구직 활동을 했지만 6개월 동안 원서를 넣은 곳에서 다 떨어졌다. 한 달, 두 달짜리 일자리를 제안받은 적도 있지만 좀 더 안정적인 취업을 하고 싶었다.

두 번째 직장은 대기업이었다.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팀이었다. 하지만 6개월 계약직 형태였다. 회사는 A 씨가 근무하는 걸 보고 계약 기간을 연장할지 말지 결정하자고 했다. 한 달 정도 기간이 늘어났지만 결국 사업이 축소되면서 A 씨는 퇴사해야 했다. 이후 두 달 동안 150만 원씩 실업급여를 받았다. "실업급여를 5개월 정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됐지만" 취업을 서둘러 했다.

세 번째 직장은 공공기관이었다. 하지만 여기도 10개월 계약직이었다. 1년 단위 사업 진행을 위한 채용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계약이 만료됐다. 세 번째 실업급여 수급으로 2024년을 맞았다.


기자가 A 씨를 만난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실업급여를 여러 번 받아본 사례자를 찾다가 만나게 됐다. A 씨에게 '현재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좀 길게 다닐 수 있는 곳에 들어가는 거, 그게 일단 목표인 것 같아요."
▶ 관련 영상 : 뉴스토리 453회 <실업급여 vs 시럽급여>

4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1,400여만 원의 실업급여를 수급한 A 씨. 그리고 대학 졸업 후 단기 계약직 일자리를 전전하며 퇴사와 재취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A 씨.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A 씨가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가 된 현실은 과연 누구의 탓일까. B 씨의 이야기도 좀 더 해보자.

# 정규직이었던 B 씨는 2019년 말 3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회사가 어려워져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권고사직을 해줄 테니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후 6개월 동안 한 달에 170만 원씩 실업급여를 받았다. 재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쉽지 않았다. 그러다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이른바 '유령 직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허위 취업이었다.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기본 기간인 180일을 채우고 권고사직 처리를 했다. 이후 5개월간 매달 140만 원씩 720만 원을 받았다. 지인이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에서 같은 수법으로 이듬해 1월부터 5개월간 또 720만 원을 받았다. 세 번의 실업급여 중 첫 번째는 실직으로 인해 받은 게 맞지만 나머지는 부정 수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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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와 B 씨의 사례를 표면적으로만 봤을 때 비슷한 반복 수급자처럼 보이지만 각자의 사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늘과 땅 차이다. B 씨는 정부와 여당이 '일벌백계' 필요성을 강조하는 실업급여 부정 수급자가 맞다. 실제 B 씨는 처벌을 받았다. 그의 부정 수급 사실을 알고 있던 지인이 고용청에 신고했고, 부당하게 수령한 실업급여 원금 1,400여만 원은 물론 3배에 달하는 추징금까지 총 4,300여만 원을 내야 했다.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하면 제재 처분이 두 가지다. 5배 이내의 추가 징수금을 내는 행정 처분이 있고, 악의적이고 반복적일 경우는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B 씨는 추징금을 즉납하고 반성의 뜻을 적극적으로 알린 덕에 검찰로 송치되지는 않았다. B 씨는 어쩌다 부정 수급의 유혹에 빠져들게 됐을까. 기자의 질문에 그는 예상 밖의 답을 내놨다.

"저 처음에 잘렸을 때 회사에서 먼저 권고사직을 제안했잖아요. 그게 실업급여 받게 해준다는 뜻이었거든요. 그때 '아 이런 게 되는구나' 알게 됐고요. 실업급여 받으려면 구직 활동을 매달 열심히 했다는 증거를 내야 하거든요? 제 전공이나 분야랑 무관한 곳에 지원을 막 해도 아무 문제가 없더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실업급여를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자신을 뽑을 것 같지 않은 회사에 막 지원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했었고... 지인 회사에 직원으로 허위 등록한 것도, 4대 보험 가입하고 하면 고용청에서 현장 조사까지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거든요."

실업급여를 받은 경험을 통해 제도의 허점을 알게 됐고 결국 그 허점을 이용해 부정 수급을 한 셈이다. B 씨의 잘못을 두둔할 이유는 없지만 제도의 빈틈이 부정을 부추기는 것도 자명한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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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반복 수급=부정 수급(?)' 일반화가 위험한 이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4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 원을 돌파했다. 4월을 기준으로 보면 2022년 9,722억 원, 2023년 9,617억 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수급자는 66만 1천 명으로 2023년 4월과 비교해 4천여 명 늘었다. 월별 실업급여 지급액이 최초로 1조 원을 넘은 것은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 5월이었다. 1995년 고용보험제도 도입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1조 원이 넘는 경우는 왕왕 나오고 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우상향 곡선을 보이면서 실업급여 재정 고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업급여의 재원이 되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수지는 2019년 1조 3,802억 원, 2022년은 5,65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적자가 누적되면서 실업급여 계정의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여기에 실업급여 부정 수급이 한 해 300억 원에 달한다(2023년)는 통계,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수급한 반복 수급자가 10만 명(2022년)을 넘어섰다는 통계 등까지 더해지며 실업급여를 여러 번, 자주 수급한 사람은 부정 수급자라는 인식도 짙어졌다. 정부가 반복 수급을 제한하는 개정안을 내놓은 배경에도 이런 인식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반복 수급이 모두 부정 수급은 아니다. 앞서 살펴본 A 씨의 반복 수급은 불안정한 고용시장이 만들어낸 폐해, B 씨의 반복 수급은 실업급여를 악용한 부정의 현실이다. A 씨에게 실업급여는 비자발적인 퇴사와 재취업을 반복하는 동안 생계를 이어가고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게 하는 든든한 동아줄이었다. B 씨에게 실업급여는 "못 먹는 놈이 바보"라는 생각이 드는 눈먼 돈, 달달한 '시럽' 같은 공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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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수급 자격 강화 vs. 불안정한 고용 구조 바꾸기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실업급여 개편을 골자로 한 각종 법안들도 모두 폐기됐다. 고용노동부가 반복 수급자의 지급액을 삭감하는 개정안을 다시 내놨으니 지난 국회에서 발의됐던 실업급여 개편 법안들도 속속 재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고용보험법 개정안들은 반복 수급자의 지금액을 삭감하는 것과 더불어 ▲현재 최저임금 80%로 설정돼 있는 실업급여 하한액을 없애거나 낮추고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최소 근무 기간 180일을 10개월 또는 1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반복 수급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자격 자체를 지금보다 강화하자는 것이다.

사실 노동계가 반복 수급자 지급액 삭감보다 더 민감하게 생각하는 건 하한액 폐지다. 실업급여(구직급여일액)는 실직 전 3개월간 평균 임금의 60%를 지급한다. 그런데 이 금액이 최저임금의 80%보다 적을 경우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한다. 최저임금이 매년 오를수록 이 하한액도 상승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실업급여 수급자 10명 중 7명이 이 하한액을 적용받고 있다고 한다.

이 현상을 보는 시각도 양쪽으로 갈린다.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하한액 제도를 도입한 것인데 전체 수급자의 70%가 적용받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임영태 경총 고용사회본부장)"는 의견과 "그만큼 노동시장 구조가 취약하다는 증거인데, 최소한도를 없앤다는 건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이정훈 민노총 정책국장)"는 의견이 충돌한다.

실업급여를 더 주냐 덜 주냐, 자격 조건을 강화하느냐 마느냐의 논의보다 한국 사회의 불안정한 고용 구조에 대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근본적인 주장도 있다.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인 고용 구조가 갖춰지면 실업급여를 자주, 반복적으로 받을 일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OECD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평균 근속 기간, 그러니까 한 노동자가 하나의 직장에서 평균적으로 머무는 기간이 가장 짧습니다. 늘 가장 짧았어요. 그만큼 우리나라 노동 시장이 불안한 겁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주 실업을 하게 되는 상황인 거예요.

반복 수급이 늘어나는 건 어떤 측면에서 보면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지만 여전히 취업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열악한 노동시장에서 분투하고 있다는 거죠. 모든 반복 수급자를 도덕적 해이로 보고 정책을 펼칠 것이 아니라 이렇게 분투하는 분들이 가능하면 더 나은 일자리로 취업할 수 있게끔 생계 지원과 직업 훈련 등이 더해져야 하는 게 맞는 거죠."

- 남재욱ㅣ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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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최근 발표한 성명을 통해 "5년간 전체 실업급여 지급 건수 중 부정 수급 비중은 0.29~0.66% 사이에 불과했고, 금액으로 봐도 전체 실업급여 지급액 중 0.19~0.6%에 불과하다"며 1%도 되지 않는 부정 수급 사례로 제도의 취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실업급여 개편은 윤석열 정부가 힘주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 과제 중 하나다. 지난 국회에서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며 근본적인 고용보험법 개정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법 개정이 없어도 개편이 가능한 부분은 손질이 이뤄지고 있다. 하루 3시간 이하로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간주하던 근로시간 최소 기준을 지난해 12월부터 폐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변화로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월 실업급여 수령 가능 금액이 절반까지 줄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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