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21, 2023

인도산 ‘죽음의 감기약’에 대한 감비아인들의 분노 - BBC News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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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사진을 든 에브리마 사즈니아 부부의 모습
  • 기자, 비네트 카하르
  • 기자, BBC News, 감비아

감비아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에브리마 사즈니아는 지난해 9월 어린 아들이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사즈니아에 따르면 3살 난 아들 라민은 유치원 입학을 얼마 앞둔 어느 날 열이 났다. 이에 동네 병원을 찾아 기침 시럽 등을 처방받았으나, 열에 시달리던 라민은 약을 먹지 않으려고 했다.

수도 반줄의 자택에서 만난 사즈니아는 당시를 회상하며 “나는 그런 아들에게 강제로 기침 시럽을 먹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후 며칠간 아들의 상태는 더욱 악화했다. 제대로 먹지도, 소변을 보지도 못했다. 이에 병원에 입원했고, 의료진은 라민의 신장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입원 7일 만에 어린 라민은 결국 세상을 떠났다.

라민은 지난해 7~10월 사이 인도 ‘메이든 제약회사’가 만든 기침 시럽 4종 중 하나를 복용한 뒤 급성 신부전으로 사망한 감비아 어린이 약 70명 중 하나다.

그리고 10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문제의 시럽을 검사한 결과 독성물질이 “허용치 이상”으로 검출됐다며, 어린이들의 사망이 해당 시럽과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감비아 의회가 꾸린 조사 위원회 또한 어린이들의 사망 원인은 해당 시럽 복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메이든 제약회사와 인도 정부는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해 12월 인도 정부는 자체 검사 결과 해당 제품은 품질 기준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린이 사망 사건을 조사한 감비아 조사 위원회의 아마두 카마라 위원장은 이러한 주장에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우리는 증거를 갖고 있다. 해당 의약품을 실험한 결과 에틸렌글리콜과 디에틸렌글리콜이 허용치 이상으로 검출됐다”는 것이다. 에틸렌글리콜과 디에틸렌글리콜은 사람이 섭취 시 치명적일 수 있는 독성물질이다.

감비아 시내 모습

가장 작은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로, 의약품 대부분을 인도에서 수입하는 감비아의 국민들에겐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일로 자녀를 잃은 일부 부모는 더 이상 인도산 의약품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9개월 된 아들을 잃었다는 라민 단소는 “인도산이라고 적힌 의약품은 거의 손도 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인도산 의약품에 대한 감비아의 의존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언론인 무스타파 다르보는 “대부분 (감비아의) 약사들은 여전히 인도에서 약을 들여온다. 미국이나 유럽산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도는 전 세계 최대 제네릭(복제의약품) 수출국으로, 전 세계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인도산 의약품에 의존한다.

그러나 인도산 의약품이 감비아, 우즈베키스탄, 미국 등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인도의 의약품 제조 과정과 품질 기준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다야 바하스카르 ‘인도 의약품 수출 촉진 위원회’ 위원장은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고, WHO가 이러한 경고를 내놓을 경우, 수많은 국가가 (인도산 의약품 수입을) 재고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는 매우 불편한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나는 이를 일시적인 상황이라 본다. 대가가 큰 일시적인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바하스카르 위원장은 감비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발생한 사건 등이 인도 제약 산업의 이미지에 “흠집을 낸 건” 사실이나, 수출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의약품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3월까지의 1분기 기준 254억달러(약 34조원)어치를 수출했는데, 이중 아프리카 국가에 수출한 의약품 규모는 36억달러를 차지한다.

바하스카르 위원장은 이번 1분기만 해도 인도 제약 업계는 이미 의약품 60억달러 이상을 수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도 당국은 제약사들이 수출 전 정부 인가 실험실에 기침 시럽 샘플을 제출해 검사받도록 의무화하는 등 여러 조치를 발표했다.

아울러 별도의 약물 실험실이 없는 감비아에서도 지난달부터 인도산 의약품에 대한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 정부는 기한 내에 제약업체가 WHO의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를 따라야 한다고 정했다.

소장을 든 부모들의 모습

그러나 인도의 일부 시민 운동가들은 자국의 “이중적인 (의약품) 제조 시스템” 의혹을 지적했다.

인도에서 공중보건 운동가로 활동하는 디네쉬 타쿠르는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할 때와 규제가 심하지 않은 국가에 수출할 때 따르는 의약품 제조 및 관리 기준의 정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바하스카르 위원장은 인도 의약품 업계의 3번째로 큰 시장인 아프리카 내 여러 국가들 또한 “강력한” 규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에 반발했다.

한편 이번 비극에 대한 감비아 정부 보고서는 품질 관리 연구소 설립을 권고했으며, 약물 규제를 담당하던 책임자 2명은 해고됐다. 아울러 감비아 여당 의원 대표인 빌레이 G 툰카라는 “시민들의 분노를 잘 알고 있다. 피해자들의 분노 또한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충격에 빠진 부모들은 지난 1년간 감비아의 보건 분야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감비아 의료 체계는 증가하는 발열 환자에 우왕좌왕했으며, 이에 일부 부모는 자녀를 이웃국 세네갈로 보내 치료하고자 모금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나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모모두 담벨레 부부의 상황이 이랬다. 담벨레 부부가 22개월 된 딸 아미나타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화면 속 딸은 병원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었다.

담벨레는 “딸의 그저 머리만 움직일 뿐이었다”면서 “딸에게 아빠가 여기 있다고 계속 알려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상 통화를 한 지 얼마 안 돼 아미나타는 결국 숨을 거뒀다.

피해자 부모들이 모인 단체의 대변인을 맡은 에브리마 EF 사이디는 “보건장관 등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책임자들은 온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마두 라민 사마테 감비아 보건장관은 BBC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모모두 담벨레와 아내의 모습

1년이 지난 현재, 많은 피해자 부모는 감비아의 다른 부모들이 이러한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확실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피해 아동 19명의 부모는 지역 보건 당국과 메이든 제약회사를 상대로 감비아 고등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한 필요하다면 인도와 국제 재판소도 찾아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사즈니아는 “감비아 정부의 태만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2부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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